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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순복 작성일 24-05-07 17:26 조회 11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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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년도 넘은 이야기이다.
공동 목용탕에서 피로를 풀고, 마지막 샤워를 하는데 왼쪽편에 있던 사람이 사방에 비눗물까지 튀겨가며 유난히 요란스럽게 몸을 씻어 얼마나 불편했는지 모른다.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 대충 씻기를 마치고 돌아 나오려 할때 오른편에서 함께 샤워하던 분이 싱긋 웃으며 내 어깨쪽을 가르켰다.
알고보니 그곳에 비눗물이 다 씻겨지지 않아 물씬 손에 지폈다.
얼마나 황당하고 개면쩍었는지 모른다.
고맙다는 인사말 한마디 못하고 슬며시 그곳을 떠나 왔는데 지금도 생각하면 후회스럽다.
통성명은 못했더라도 고맙다는 인사나 제대로 하고 나왔어야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반응은 너무도 무심했던것 같다.
지금도 문득 문득 생각난다.
그때 눈웃음을 띠며 정스런 모습으로 나의 덜닦인 몸 부분을 지적해 주었던 그분의 미소가 지금까지 나의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찾을 수만 있다면 꼭 만나보고 싶고 사귀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아마 거의 내 또래 나이가 아니었을까 상상된다.
그분도 요란스러운 왼쪽 편 사람에게 방훼받으며 불편해 하는 나의 마음을 충분히 감지하고 잘 참아 주었다는 싸인이 그 눈웃음 속에 담겨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린 좁은 내 생각 때문에 나도 웃어보이며 이심전심의 동의를 표현 못했던 것이 그렇게 아쉽다.
석가모니가 제자들을 영휘산에 모아놓고 설법할 때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다.
그때 세존은 손가락으로 연꽃 한 송이를 집어들고 약간 비틀어 보였다.
 제자들은 세존의 행동을 알 수 없어 머리를 갸웃했다. 그러나 가섭만 그 뜻을 깨닫고 빙그레 웃었다.
그때 세존도 빙그레 웃으며 가섭에게 불교의 진수를 전했다는 이야기가 전등록이라는 불교 교전에 전해오고 있다. 어쨌든, 남을 보고 따뜻한 미소를 보낸다는 것은 얼마나 귀한 메시지인지 모른다.
어떤 백천마디 말보다 더 효력이 있고, 약으로도 못고칠 가슴의 병까지 치료해 주는 효능이 있는지 모른다.
요즈음 봄 이라고는 하지만 일교차가 심하여 아침 날씨가 쌀쌀하기까지 하지만 나는 새벽이면 두터운 점퍼를 입고 밖으로 나온다.
미소를 보기 위해서다.
심은 지 몇 년 안 되었지만 훌쩍 커버린 목련나무, 매화나무들, 땅에서 갓 솟아나온 수선화들이 싱긋싱긋 웃으며 맞아 주는 것 같다.
그 미소를 보고파 새벽을 기다린다.
꽃들의 미소 속에서 “안녕하세요” 외치는 합창소리가 들리는 것같다.
성경 말씀을 읽을때 사랑한다는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 찬송을 부를때는 하나님이 흐뭇해하시며 환하게 웃고 계시는 그 미소를 우리 크리스챤들은 보고 느끼며 살고 있지 않는가?
꽃들의 향기 나는 미소, 목욕탕에서 살포시 웃어주던 그 이름 모르는 신사의 웃음을 나도 많이 웃어주고 싶다.
그 미소로 많은 사람들이 위로받고, 그늘진 마음 구석이 밝아지게 하고 싶다.
이봄에 우리도 꽃처럼 은은하고 밝은 미소를 보내어 더 속 깊은 대화를 나누자.
응고되고 차디찬 가슴을 서로서로 녹여주자. 거짓없는 꽃들의 미소, 그 미소를 보내고 나누는 사람들이 되어보자. 그럴 때 세상은 봄다운 봄철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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