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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458회 작성일 21-04-04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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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겠지만, 나는 꽃과 나무가 너무 좋다. 무조건 구해다가  생활관 주변에 여기저기 심어 놓았더니 제철이 되면 어김없이 피어난 꽃들이 활짝 미소로 반겨 줄 때 느껴오는 그 싱그러움에 마음이 온통 꽃물로 출렁인다.
아직 녹지 않은 잔설사이로 샛노란 색깔로 치장하고  시골집 바라지 문틈으로 빼꼼히 내다보며 미소 짓던 새 색시처럼 영춘화(迎春花)가 반겨주며 봄소식을 전하면서 꽃밭은 술렁이기 시작한다.
곧이어 개나리, 진달래가 방실방실 웃어주는가 하면 그렇게도 과묵하게 입을 꼭 다물고 있던 동백과 목련이 어느새 가슴을 활짝 열고 샘내는 바람결도 아랑곳없이 화들짝 미소로 인사를 해온다.
그런데 저쪽 구석에서 매화도 왜 자기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으냐고 꽃잎을 팔랑인다.
할미꽃은 늙어서도 저리 부끄럼을 탈꼬?
고개를 숙인 채 면사포를 살짝 들추고 식장을 나가는 늙은 색시일까! 할미꽃이지만 겸손한 그 모습이 은근히 마음을 끌어당긴다.
벚꽃들이 망울을 터트리고 요란하게 피어나자 매화며 복숭화 꽃이 벌써 벌들을 부르며 열매 맺는 작업에 들어갔다.
배꽃들도 살포시 얼굴들을 내밀고 하얀 미소를 지어보지만 금년에도 명월은 나타날 것 같지 않다.
온통 미세먼지로 덮인 하늘에 이화의 월백을 기대하겠는가?
코로나 탓에 보아줄 사람까지 없으니 내가 꽃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까지 한다.
연초록  어린잎 사이로 진분꽃 단장을 하고 한 송이 두 송이 바시락 바시락 깨어나는 모과꽃이 말을 걸어오는가 했더니 사과꽃도 벌써 작업중이다.
튤립이 꽃망울들을 터트리려고 하자 모란과 작약도 쭉쭉 줄기를 뽑아 올리더니 4월을 기다리고 있다.
민들레 유채꽃은 벌써 한창이나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것 같다.
내가 서운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 아우성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곳은 산속 음지여서 늦은 감이 있으나 꽃잔디들이 아침 햇살속에서 앞다투어 활개를 치며 이제 자기들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고 한다.
작아서 눌렸고 별것 아니라서 밟히고 밟혔던 우리지만 우리도 견디고 살아있었기에 이제 제대로 피어나 온통 세상을 분홍색으로 물들여 놓겠단다.
우리에게도 벌들이 찾아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한 송이 한 송이 작고 여린 꽃송이들이 모여 이 산속의 색깔을 바꾸어 놓는 꽃잔디 밭에 누가 발을 디딜수 있을까?
누가 밟을 수 있겠는가?
오늘도 빨리 날이 밝아 오기를 기다린다.
그 꽃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싶고 사랑도 나누고 싶어 밤이 길게 느껴온다.
작은 뜰의 활짝 핀 꽃밭 같은 세상이 더 아름다운 것을 알 것 같다.
그들을 누르고 밟을 엄두도 못 내고 그들 속에 젖어들고 그들과 함께 웃고, 그들과 함께 노래하는 그런 세상을 하나님도 보시고 싶어 하시리라.
철쭉과 영산홍도 벌써 꽃망울이 두툼해졌다.
이렇게 봄은 왔고, 희망을 노래하기에 더 아름다운 내일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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