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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청구서(마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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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1
댓글 0건 조회 15,054회 작성일 05-02-2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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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청구서(마10:42)

요즈음 젊은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아마 궁상맞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배고픈 때가 있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헐헐 단신 서울에 올라가 고생고생하며 학교를 다녔습니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죽어도 학교는 다녀야 한다는 일념 때문에 밥을 굶어가면서 악착같이 결석은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럴듯한 빌딩 숲이 되어버렸지만 그때는 미아리 삼거리를 조금 지나서 대지 극장이 있었고 그 뒷길로 얄궂은 밭두렁들을 지나가면 도살장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또 뱅뱅 돌아 땅에 거의 달라붙다시피 한 허스름한 슬레이트집들 사이 어느 방한 칸이 나의 자취방이었습니다. 납작하게 압축하여 가공해 놓은 보리쌀 밥은 먹고 돌아서면 바로 배가 고팠습니다. 그나마 그것도 넉넉했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일주일간 먹을 양식을 공기로 분명히 되어 놓았는데 금요일쯤 되면 이미 양식이 바닥이 나버립니다. 그때부터 밭에 나가 시래기를 주어다가 그럭저럭 끼니를 때우며 그곳에서 종로 5가(지금 여성회관자리)에 있는 학교(동국대 부고)까지 걸어서 등교했으니 눈에 보이는 것 마다 음식 같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레미제라블을 읽으며 장발장의 심정을 누구보다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점심을 굶으며 공부하는 체 하고 있는 나의 등을 두드리며 데리고 나가 슬며시 담을 넘어가 (지금 기독교 100주년 기념관 앞) 자기 삼촌 집에서 자동차수리 일을 거들어 주고 받아온 점심 값으로 호떡을 사서 나누어 먹었던 친구를 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캐나다에 가서 사업을 하고 있지만 항상 나의 가슴에 아롱거리는 또 하나의 나 같은 친구입니다. 작년 여름에도 꼭 한번 다녀가라고 그렇게 손짓 했지만 올해도 또 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생각 해 보면 지금까지 나는 그 친구의 빚만 지고 사는 것 같습니다. 내가 가장 힘들고 배고플 때 포장마차에서 호떡을 나누어 먹던 친구가 이 사순절에 큰 영상으로 떠오릅니다. 김장환 목사님이 모아 놓은 건강생활 365일을 읽다가 내 가슴을 찡하게 하는 글이 있어 나도 모르게 내 이야기가 튀어 나왔습니다. 한 의과 대학생이 돈이 다 떨어져 아끼던 책을 헌 책방에 팔려고 나갔는데 그날따라 책방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의과 대학생은 당시 내 신세보다 나았던 것 같습니다. 나는 팔 책이 뭡니까? 영어교과서를 손으로 적어서 공부했었습니다. 어쩌든 그 친구는 그냥 집으로 돌아오던 중 너무나 허기가 져서 근처에 있는 어느 집을 찾아 갔습니다. 때마침 어린아이만 집을 지키고 있었는데 그 학생은 아이에게 먹다 남은 음식이 있으면 조금 줄 수 없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기쁜 마음으로 우유 한 병과 옥수수 떡 한 조각을 주었습니다. 그는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난 뒤 그 집의 주소와 아이의 어머니 이름을 적어갔습니다.  여러 해가 지나 어떤 부인이 병에 걸려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수술은 잘 끝났고 부인의 건강이 회복되었는데 수술비가 없어 걱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청구서가 날아왔습니다.
수술비 청구서에 “입원비와 수술비는 우유 한 병과 옥수수떡 하나, 그리고 그 값은 이미 지불되었음”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 수술을 담당한 의사는 몇 년 전 그 아이의 도움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던 의과 대학생이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또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소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마10:42). 갈증 났을 때 물 한 모금, 남이 배고플 때 옥수수떡 한 조각 그것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너무 너무 귀한 것입니다.  이 봄에 우리도 좋은 것을 많이 심읍시다. 무엇으로 심든지 심은 대로 거둔다고 했습니다.(갈6:7) 우리가 선을 베풀면 하나님은 적절한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반드시 거두게 해 주십니다. 목마른 사람에게 물 한모금 꼭 대접합시다. 배고픈 사람에게 빵 한 조각 나누어 먹는데 인색하지 맙시다. 그것은 곧 주님에게 한 것과 같습니다. 그러한 여러분들에게도 분명 이상한 청구서가 날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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