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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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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영수
댓글 0건 조회 18,850회 작성일 00-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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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지 맙시다
영어에 "stick gour bush" 라는 말이 있습니다.  딸기를 딸 때 줄기 끝까지 따라가면서 따란 말입니다.  큰 딸기만 찾아 덤벙되며 서둔다고 많이 따는 것이 아닙니다.  침착하게 꾸준히 일하는 사람이 결국 더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교훈입니다.  저는 중학교 때 책상머리에 "slow and steady"라는 말을 써 붙여 놓고 제법 하는 척 해 보려고 했던 때가 있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영어를 가르치시던 조영돈 선생님께서 항상 강조 또 강조하시던 교훈이었기에 지금가지 나의 삶 속에 적용해 보려고 애쓰는 교훈이요 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곤 합니다.
그러나 요즈음 방송 매체속에서 "quickly and now" "빨리 그리고 지금" 만 강조 받으며 자라는 신세들에게는 정말 "dry old" 한 쉰소리로 들리고 느껴질 것입니다. 기왕 이야기가 나왔으니 옛날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중학교때는 고전이나 명작소설을 읽느라고 법석들이었습니다.
반 친구들끼리 좋은 책이 있다고 하면 사정사정하여 빌려보고 교환해 보았으며 쾌쾌 냄새나고 너절한 책장을 희미한 30w 전등불 밑에서 밤이 새도록 읽어 내려가곤 했습니다.  지금처럼 전기 스탠드나 조명 좋은 도서관이 어디 있었습니까?  여름밤 모기에 물리면서 책을 읽던 바보같은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그래도 부활, 죄와벌, 레미제라불, 크리만조프형제 그 여자의 일생등을 읽었던 책들의 내용이 그런 책의 이야기가 나오면 그래도 대화속에 끼어들 정도로 내 삶의 양식이 되었던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T.V나 카세트로 보고 듣고 지나치니 얼마나 쉽게 익히고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내 사위녀석이 내가 적어도 이틀은 걸려 읽은 것 같은 세계여행에 관한 책을 불과 2-3시간밖에 들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다 읽었어요 하는게 아닙니까?  그래서 내가 얼마나 느리고 이해력이 부족한가 놀라면서도 한편 스피드 세대에 대한 아쉬움도 느꼈습니다. 요즈음 사람들은 무슨 일이나 대충 대충 건성 건성 넘어가려고 하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많이는 아는 것 같으나 깊이가 없고 웬만한 일은 귀찮아 합니다.
한양대학교 이영희교수님이 그가 40대에 나에게 50대까지만 연구하고 일한 후 60대에는 여행도 하고 쉬겠다고 했을 때 "야 멋있구나, 낭만이 있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요즘음도 은퇴하고 늙어가지만 일거리가 많은 것 같더군요.  그것은 그 분의 소망 사항에 불과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요즘음 60세가 다 되어 복지사 자격증을 얻어보려고 대학 3학년에 편입하여 공부하고 있는데 누구하나 공부하는 사람 취급해 주려고 안해요, 늙어가지고 그럴 필요는 있느냐는 태도들입니다.
그러나 나는 생명이 붙어 있는 한 "slow and steady" 하려고 합니다.
"stick your bush" 딸기 덩쿨을 끝까지 더듬으며 천천히 따라 가고 싶습니다.  카라마조프 형제를 쓴 도스토예프스키 59세에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늙다고 생각할때가 빠르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습니까?
우리 서둘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나에게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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